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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ber I.Marip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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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아, 이거... 아직도 있었네. 작동하는건가? 이 배지랑, 글을 읽어주는 인형만 있으면,  편지도 보낼 수 있겠는데? 
근데 그 편지라는 거, 받을 사람이 있어야 보낼 수 있는 거였나.

#003. 있잖아, 역시 이 외로운 탑에 있기엔 너무 외로워. 역시 친구 하나 정도는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지금 열심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너를 ■■라고 부를게. 어차피 이 방에서 나가지도 못하는 몸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처지잖아요?

#004. 저기, ■■. 역시 그날 머리에 한방 맞고 그대로 공연 끝~ 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아무도 보고싶지 않아 하는 사기극 따위, 알게 뭐냐고요.

#005. ■장, 여태 배운대로잖아. 배신자는 처단한다. 수천번을 쏴댔으면서 왜 매번 손이 떨리는 거야? 저기, 환상 주제에 아프기는 한가봐요? 고장이야¿

#006. 왜 공들여 쌓은 탑, 힘들게 지어둔 창을 깨려고 드는 거에요? 그 파편에 다치는거, 결국 너희들이잖아요. 그 후에 마침내 바라볼 바깥에 절망하는 것도 너희들. 그 창 , 열심히 만든 건데.


#007. ■■, 듣고있죠? 고장이 안나는게 제일 신기하네. 어떻게 생각해요? 수천번 날갯짓하면 돔은 횡단할 수 있다. 수만 번 날갯짓해도 하늘은 , 날수 없다.

#008. 탑 아래를 내려다 보면 늘 아름다워요. 저 무지를 먹고 사는 마술사에겐 더더욱... 그런거 그만뒀던가.

#009. ,- 사랑이 보고싶다. 얼룩져 있고, 통제할 수 없고, 늘 속을 알수 없으면서 미워할 수도 없는-.. 당연히 고양이 얘기에요, 알죠? ■■.

#010. 그거 편해 보이더라-, 고장 말이에요.

#011. 시야를 가리는건♬, 안대가 아니라 마술사의 커튼-. 커튼을 걷으면 드러나는건, 마술의 비밀이 아니라, 여러분의 어리석음♬. 

#012. 역시 아무리 기도해 봤자, 모든건 사악한 인간의 의지대로...

#013. 오늘도 음... 열댓명 정도.

#014. 먼지가 꼈나 봐요, 내 눈에. 하늘에..? 자꾸 눈물이 나서 미쳐버릴것 같아. 누가 -날 좀.. ■■■.


#015. 슬슬 고장날 만 하잖아. 이 기계는 너무 오래 달렸다고. 아.. 본인의 고장은 인식 할 수 없는 구조인가?

#016. 슬슬 이 낙원의 주인께서 눈엣가시를 치우고 싶어 하나 봐. 그분을 따르세요-. 연기력이 부족한가? 예전부터 진심이 아니면 잘 못하는 타입이었죠. 

#017. 왜, 어째서? 넌 결국 환상이잖아. 나같은 사람이잖아. 그럴 위인이 아니었잖아. 앞뒤가 똑같은 동전은, 결국 .. 못■■■.

 

#018. 결국 운명을 잡아먹고 한 마리의 붉은 늑대가 되었나요. 축하해요, 그럼 제발.. 제발. 내 목도 물어뜯어 줘요, ■■.

 

#019. 버틸 수가 없어. 너희들의  발걸음, 목소리. 매일 그리던게 눈앞에 있으니 더 미쳐버릴 것 같아요. 여기서 어떻게, 더... 그러게 왜, 왜, 관객이 무대 위로 올라와서는... 이 오합지졸들. 바보들...

#020. 좋겠네요, 하늘에 눈이 멀어선... 나도, 안대같은거 벗어던져도 앞이 안보였으면 좋았을텐데.

 

#021. 아마 , 맞았지. 맞췄어. 손이 떨려서, 빗겨 맞았나? 전부 도망가고 나서도 손이 떨려서 미칠 것 같아요. 이미 미쳐있는데. 

#022. 도망가지 못한 인원이 남아서, 처형식을 거행하기로 했어. 아, 아마도 찾아오겠죠. 바보들의 수장. 자유의 날개. 

 

#023. 아이샤... 정말 너같은 사람만 잘도 모았네요, 

 

#024. * 오르골 소리  * 

 

#025. 왜 늘, 늘 떠밀리면서 살아야 해? 그 인간은 왜, 여전히 바보 같아서… 도망쳤어야지. 사라졌어야죠! 우리가 가는 걸 알고 있었을 거 아냐. 그대로 목숨을 내던지면, 방아쇠를 당기는 우리가 지잖아. 너무 잔인한거 아냐?

 


#026. 졌어. 결국 바보들이 이겼어. 나도 이제 모르겠다. 무대를 단상 째로 폭파시키는데 어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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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EPILOGUE

▶ 나비 배지가 꽂힌 기계 인형이 하나. 
- 호박을 끼워 넣으면, 오르골 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는 울음 섞인 목소리가 나즈막이 흘러 나온다.

 

link : 빛이 마지막으로 닿는 곳.

무너진 폐허 아래를 한걸음씩, 느릿하게 걷는다. 걸음을 옮길 때 마다 서서히 움직이는 그림자. 그래, 지금 우리의 낙원 위에는 태양이 떠 있다. 조각난 탑의 파편을 걷어차며 조금씩 걷다가, 구릿빛 선로에 굴러가 맑은 소리를 낼 즈음에 잠시 멈추어 선다. 앞을 보고 있지 않아도 나아갈 수 있도록 훈련된 오감이 경고했다. 곧- 길게 울려 퍼지는 경고음과, 경적 소리. 덜컹거리는 바퀴 소리와 합쳐져서, 시끄러운 정적을 만들어 낸다. 침묵이 흩어지고 나면, 잠시 귀를 막고 서 있던 사람들이 다시 하나둘 움직이고, 머리 위의 별 하나도, 마찬가지로. 서서히, 

 

그날 밤 찬란하던 별무리 아래에서, 더 찬란하게 아름답게 내밀어진 구원을 맞잡았다면 지금쯤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다만 그 날에, 내가 그 손을 잡고 날아 오르기엔 오른손이 이미 고장나 있었다. 관절이 닳고 근육이 상하고, 충성으로 얼룩지고 피로 물들어서 감히 움직일 수 없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눈을 하고 있는데, 내 붉은 후회를 덧칠하기가 두려웠다. 그럼에도, 여전히 후회에 젖은 날개는 마를 날이 없다. 이정도면 악습에 가깝다는 자각은 있지만, 떨쳐낼 수가 없다. 그야 얼마 전까지는 그걸 굳이 고칠정도로 나를 개선할 의지가 없었던 탓이다. 기계 부품이 굳이 업그레이드될 필요가 있나. 다만 정위치에 자리하면 될 뿐이다. 후회하며 울고 있기만 하면 그만일 뿐이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으니까. 부품일때는 그저 울기만 하면 하루가 지나갔으니까. 지금은 눈물을 흘릴 수가 없다. 수분을 머금어주던 안대가 벗겨져서.

기계 부품은 늘 사고思考없이 작동하기만 하면 족하다. 그 자리에 박혀서, 자신의 존재에 의문하지 않고 오롯이 주어진 기능을 수행하며 정해진 위치에 자리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그들은 한때 하늘을 감상한, 자아가 있는 부속품들이었고, 필요한 단결의 자리에서 다소 어긋난 부분들이 많았다. 일단 매일 탈진할 정도로 울며 후회하던 나비가 그랬다. 안대를 매고 괜찮은 척, 충성을 다하는 척. 자신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기쁜 듯 연기하다 밤마다 천장을 보며 조각났다. 찻물은 내린 적도 없는데 혀가 너무 아려왔다. 마술사는 늘, 그렇게 괴롭기만 한 직업으로 남았다. 자유를 수호하는 대형 사기극. 그나마 단상 위에 사기극을 함께하는 동료가 있다는 점은, 계속해서 인형실에 매달려 춤추는 동안 위로가 되어 주었다. 그 미친 인형을 곱게 볼것 같지는 않아서 말을 걸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러던 중에, 결국 바보들의 행진을 막지 못했다. 우리는 수 년간 입력된 것을 토대로 오합지졸의 저항군을 저지했다. 다만, 그들이 성공할 수 밖에 없던 이유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이론이나 이성으로 재단하기에는 능력 밖의 일이었다. 어떻게든 되리라는 희망 같은 단촐하고 부실해 보이는 무기라도, 자아 없는 기계인형을 부숴버리는 것 정도는 가능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맹목의 인형은 부품으로써 쓸만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자유를 수호하기에는 모자랐다. 판단의 근거는 이미 운명이 비행사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에 기반한다. 그 점 말고 우리가 져야 했던 이유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모순적이면 어떤가, 이미 이 낙원은 시작점부터 모순이었다. 적어도 내가 눈을 가리기 직전까지는 그랬다.

 마지막으로 시야에 담은게 너희들이라면 만족할 거라고 나직하게 기대하고 있었는데, 안대가 걷히고 난 후의 태양은 늘 눈이 부시다. 환하게,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나를 비춘다. 내가 제일 잘하던 것은 눈속임에 불과하고, 더이상 그럴 필요가 없는 , 의심할 여지없는 자유. 그 아래에 서있으므로, 텅 비어버린 공터에 그림자마저 걷힌다. 구석 자리의 부서진 날개 가루만 조금 흩날리고. 그토록 공허하기에 정처 없이 걷는것이 일상이 되었다. 기계인형은 움직이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병에 걸렸던가. 붉은 장갑은 벗어 던졌는데도 손바닥을 펴면 붉은 잔상이 아른거린다. 이 붉음도 운명의 색인가? 내 날개 무늬는 거슬려서 잘라 버린지 오래인데, 왜 이렇게 나를 따라다니는지 알 수가 없다. 확실한 것은, 아직도 내가 그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걸까. 가장 높게 솟아 있던 자유의 침해자가 무너진 뒤여도 스러진 충성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미 사자의 위장 속에서 소화된 이후인데, 가죽을 벗기고 그 뼈를 해체해서 돌아오는 것은 기회를 노리던 하이에나들 뿐이다. 남아 있는 것은 오롯이 내 환각 속의 비명들 뿐이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비명 소리와 오르골 소리가 겹쳐 울린다. 아, 필요한 일에-

 

단결을. 자유를? 애초에, 필요한 일이었나? 누구에게? 우리는 단결했나? 사실, 맹목적인 충성보다 덫에 걸린 토끼들에 가까웠던 4사단이, 제대로 단결이나 할 수 있었을까? 강제로 묶여서 한꺼번에 접목당한 기괴한 거목과도 같았다. 끝내 한그루가 되었기 때문에 , 다른 가지의 상실에 아픔을 느낄 정도로. 그렇지만 그게 다였다. 나는 슬픔을 느끼고 있지는 않았다. 언젠가 나도 끊어져서 따라갈 테니까. 이제는 전부 베여 버리고, 드높은 그림자가 걷혀 자유로운 폐허만 남았다. 그들은 아마, 스러져서 장작으로 쓰이기엔 아까웠으니까. 어쨌든 미치지 않고서 그 평화라는 태양광을 수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고, 그 찬란을 가로막은 우리는 거대한 광량에 눈이 멀 수 밖에 없었음이다. 우리의 안대는 전부 눈먼 광대에게 매어준 리본과 같았다. 어디에 눈이 멀었던가, 거짓으로 점철된 충성, 진실... 행복. 그리고 그 광대들은 대부분 나만큼이나 여린 탓에, 부서진 낙원에 남았다.?

 


자, 이번의 나비는 여전히 마술사인가. 혹은 제왕인가. 맞잡지 못해 비어버린 손 안에 남아 있는건, 여전히 흘러내리는 바보 뿐이다. 모든걸 알아버린 이후에 바보이며, 마술사이길 포기했던 나비는 더이상 공연을 하지 않았다. 이상의 무대를 폐하고 현실이라는 유리구슬만 조심히 끌어안은 채 객석을 뒤로 했다. 아, 마술사가 아님을 논할 가치도 없을 정도로, 가차없는 포기였다. 동시에 제왕은 더더욱 아니다. 한없이 신중하고, 현명하며, 거침없고 자신이 믿고 나아가야 할 길로만 나아가는 것이 제왕 帝王 이다. 그가 자처한 것은 상기의 모든 조건을 배반하는 폭군에 가까웠으나, 실재하는 것은 어느 누구의 위에도 군림하지 않는 밑바닥의 인형 하나에 불과하다. 나는 수없이 후회했고, 미련했으며, 의지를 상실한채 표류하기만 했다. 확실히 운명을 잡아챌 재목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후회의 바다에 작은 날개로 항해한다. 노을과 맞닿은 황혼의 수면을 누구보다도 아래에서. 그렇게 내가 향할 수 있는 유일의 하늘로 추락한다. 푸르른 해수면은 역시 하늘이다.

가볍게 가라앉으며 희미해지는 빛을 그린다. 심해 밑바닥에는 빛조차 닿지 못한다. 내가 수년 동안 바라보던 광경은 내내 이런 암흑이었다. 많은 추억과 행복과 가치들을 전부 내 손으로 틀어막고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았다. 폐허가 된 기차역에 남은 건 고물 기차 한 대 뿐이다.


결국 운명을 잡아먹고 하늘을 자유하는 비행사들이 떠난 후에도, 그들이 자유로 덧칠해 버린 내 선로는 텅 비어서 먼지만 가득하다. 언제쯤 기차가 운행될지는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나에게 남은 것, 내가 남길 수 있는 것은 전부 명확하지 않아서 어느 표도 끊을 수가 없다. 언제까지 무너진 낙원의 가장자리만 배회하려고? 가득 차올라 있던 광기를 걷어내니 존재에 쏟아부을 기력도 부족해 보였다. 이렇게 흐릿하게 자유의 바다를 유람하다 생을 마감할 지도 모르겠다. 결국 네번째 사단에 들어갈때부터 남겨 둔 것이 하나도 없으므로, 지금 남아있는 것은 아담과 이브의 부서진 에덴 뿐인 것도 같다. 굳이 더 찾아 보자면, 어릴 적부터 울어가며 남겨둔 비悲망록 정도. 그래서 내가 남긴 유일의 유산을 토대로 이 하늘의 비非망록을 써서 남긴다. 언젠가 부서진 낙원의 모래가 쌓이고, 파도가 그려낸 해안선을 아름답게 여길 즈음에도, 그 하늘을 사랑했던 자유의 비행사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그 하늘이 당연히 아름다워야 할 이유를 이 인형에 남긴다.

지워버린 그때의 너를 찾아

아팠던 시간 지나

내가 널 붙잡아

아직 너의 시간에 살아

아파했던 그대로일까 봐

여전히 나를 기다릴까 봐

 

아직 난 아직 지워지지 않아

그곳에 여전히 나 서성이게 돼

이렇게 다시 너를 만나

지워버린 그때의 너를 찾아

 

아팠던 시간 지나

내가 널 붙잡아

아직 너의 시간에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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